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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스포] 명탐정의 창자 - 시라이 도모유키

서미도 2024. 10. 16. 16:16

※같은 작가의 "명탐정의 제물 - 인민교회 살인사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명탐정 우라노 큐와 그의 조수 하라다 와타루, 통칭 하라와타.

 

두 사람은 7명의 청년들이 불에 타 6명이 죽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산골마을 기지타니를 방문한다. 희생자들의 시신에는 몸에 기름이 발린 채 산채로 불에 태워졌음에도 어떠한 저항의 흔적도 없었다. 명탐정 우라노 큐는 이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 진상을 알리지 못 한 채 칼에 찔려 살해당한다.

2015년 12월 27일 오후 4시 13분, 우라노 큐는 죽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절망한 탐정 조수 하라와타의 앞에 죽은 우라노 큐가 다시 나타난다.

죽은 것이 분명한 우라노 큐가 거기에 있었다.
(중략)
"고조 린도야. 잘 부탁해."

 

우라노 큐의 육신을 뒤집어쓰고 자신을 고죠 린도라고 밝힌 사내는 하라와타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지타니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 세상에 인귀를 불러들이기 위한 의식이었으며, 이것이 성공함으로써 둘째가라면 서러운 과거의 역대급 범죄자들이 현세에 다시 내려오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을 다시 지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염라대왕이  우라노 큐의 몸을 빌려 자신을 현세로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기지타니에서의 사건 이후 일본을 뒤흔들었던 흉악 범죄들이 재현되고 있었다.

 

80년 만에 현세로 되돌아온 반뇌半腦의 명탐정 고조 린도. 현세에 재현되고 있는 일곱 가지 흉악범죄. 하라와타는 반신반의하면서도 4일 한정으로 고조 린도의 종자가 되어 그를 보필하기로 한다.


탐정역을 이어받은 고조 린도는 소설 속 세계관에서는 과거에 실존했던 명탐정인데, 옛날에 죽은 명탐정이 우라노 큐의 몸에 빙의했다는 설정.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긴다이치 코스케가 실존 인물인 세계관.

 

현세에 불려 온 인귀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흉악 범죄를 현세에서 다시 저지르고 고조 린도는 그 범죄자들을 찾아서 저승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등장하는 범죄들이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을 차용하고 있는데,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오는 게 너무 잦으면 좀 격이 떨어져 보인다. 혼자서는 생각 못 하나 싶어서. 그나마 "명탐정의 제물"은 처음이라 재미있게 읽었지만.

 

사실 "명탐정의 제물"이 그런 식으로 끝났잖아. 큐가 탐정이 되면서 끝났잖아. 그런데 그 소설의 연작이니까 큐가 탐정이 돼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 애송이 탐정이 아니라 이미 명성이 자자한 중년 탐정이 된 건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런데 "명탐정의 제물"에서도 사건 다 해결했나 싶었는데, 탐정 조수는 갑자기 죽고, 최종 흑막은 탐정이었고. 여기서도 우라노 큐의 활약을 드디어 보는 건가 했는데, 초반에 갑자기 죽어버림. 뭐야 이게. 방향 전환에도 정도가 있지. 비틀기를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이런 식이면 등장인물에 정을 붙일 수가 없다. 

 

괴이 추리 소설을 쓰는 양반한테 스토리가 괴이하다고 해봐야 별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건 아무래도 추리가 너무 빈약하다. 괴이 소설, 추리향 첨가. 운과 우연에 맡기는 부분이 너무 많다. 우연히 목격자가 현장을 다시 방문했을 때 우연히 탐정 콤비도 현장을 방문했고, 목격자로 추정되는 이름을 시험 삼아 불러봤더니 목격자가 지레 깜짝 놀라서 대답함. 뭐야 이게.


귀신을 죽이려면 빙의된 사람을 직접 죽이는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죄 없는 사람들 마구 죽임. 실제로빙의 전까지는 무고한 사람이었고 범죄는 귀신이 저지른 건데. 그리고 사람을 죽이고 나서 죄책감도 없다. 최초의 범인이 못을 우물거리는 습관이 있었으니 입을 우물거리는 놈이 있으면 그냥 죽여버리래. 이게 말이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지만, 전부 근거가 없는 추측이네요."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추리인 게, 범인이 귀신이라 신체를 옮겨가면서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범인은 여자일 수도, 남자일 수도 있습니다. 범인은 살았을 수도,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 사람은 범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방금 전까진 범인이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등장하는 사건이 너무 많고, 추리에 개연성이 없으니 내용이 잘 연결이 안 된다. 

 

모티프가 너무 많은데, 한 권이 아니라 시리즈물로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지만 충격요법을 주기 위해서 돌연 죽어서 땔감으로밖에 안 쓰일 명탐정이라면 시리즈 따윈 안 나오는 게 낫지. 그런데 좀 애매한 게, 사실 "명탐정의 제물"이 이 소설보다 나중에 출간된 프리퀄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