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시계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시계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더군요. 짐작하시는 대로, 그 집도 그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건물의 하나인 모양입니다."
가마쿠라 숲 속에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지은 시계관이 있다. 거대한 시계탑이 딸려있어 시계관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건물은 전 주인 부부를 비롯하여 그 딸과 약혼녀, 관리인과 주치의 등 관련자 대부분이 사고나 질병, 자살 등으로 사망한 불길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시계관 부지에서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을 듣고, 이에 흥미를 느낀 잡지 <카오스>의 직원들은 W대 초자연현상 연구회와 협력하여 시계관의 구관에서 교령회를 갖기로 한다.
가와미나미를 비롯한 출판사 직원 3명, W대 초자연현상 연구회 회원 5명 그리고 교령회를 집도할 초능력자 고묘지 미코토. 이상 아홉 사람이 시계관 구관으로 들어간다. 교령회가 열리는 사흘 동안은 아무도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다. 하지만 첫째 날 교령회 이후 영매인 고묘지 미코토가 홀연히 사라지고, 나머지 사람들은 닫힌 공간에서 하나둘씩 시계에 맞아 살해된다. 여전히 시계관의 문은 잠겨있고 범임은 이 안에 있다. 하지만 사흘 후 밖에서 문이 열릴 때까지 아무도 나갈 수 없다!
한편 가와미나미에게 시계관에 대해 전해 들은 신인 추리작가 시시야 가토미와, 뒤늦게 합류한 W대학생 후쿠니시 료타는 시계관을 방문하지만 구관의 문은 이미 닫혀버려 들어가지 못한다. 그들은 시계관의 책임자인 이나미 사요코의 부탁으로 신관에 머물며 시계관의 주인이었던 고가 미치노리가 남긴 수수께끼를 파헤친다.
"이 집은 불행한 집입니다."
자꾸 나카무라 세이지한테 뒤집어 씌우는데, 불행은 본인들이 돌아있기 때문입니다. 딸을 사랑했던 고가 미치노리와, 딸을 사랑했던 이나미 사요코. 딸을 사랑했던 부모들의 헛짓거리다. 아마 고가 미치노리가 돈과 시간과 공력을 들여가며 그런 뻘짓만 안 했어도 딸내미는 살아서 결혼했을 거야.
살인도 말이지, 복수의 대상은 한 명뿐인 것 같은데…. 그 한명에 대해서는 확실히 살인의 개연성이 있어. 나머지는 뭐 누구에게 복수해야할 지 특정 지을 수 없어서, 자기 범죄를 눈치챌까 봐 혹은 뭔가를 목격해서 죽인 거라. 심지어 이름을 착각해서 죽인 사람도 있다. 아니 거 살인하기 전에 잘 좀 조사해 보지 그랬어. 살인씩이나 할 거면 그래도.
아주아주 거대한 트릭이 스토리 줄기를 잡고 있긴한데, 나머지는 다 좀 얼레벌레. 비밀통로나 숨겨진 문 같은 건 당연히 있고, 결정적으로 범인을 확신하게 된 것도 마지막 희생자가 될 사람이 살아있어서 범인이 절 밀었어요, 이래 가지고. 그래도 추리는 내팽개치고 호러 스릴러로 읽으면 대단히 재밌다. 추리는 어차피 마지막에 시시야 가토미가 A부터 Z까지 알려주니까 딱히 안 해도 된다. 아예 표로 만들어서 시간과 등장인물들의 동선까지 전부 알려 준다.
추리는 둘째치고 호러 서스펜스 느낌이 물씬 나서 좋음. "너희들이 죽였다." 쪽지 나왔을 때 진짜 무서웠다. 그리고 진짜 거침없이 죽인다. 범인의 원래 계획은 사흘 안에 네 명 죽이기였는데, 결국 이래서 죽이고 저래서 죽이고 하더니 9명 중에 8명 죽었다. 그리고도 더 죽는다. 한 번에 두 명씩 죽는 거 보고 놀랐다. 원래 추리소설에서는 원 바이 원으로 죽는 게 국룰아닌가.
그래도 설정이 독특하고 트릭이 무진장 거대해서 신선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 엄청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 이후로 희생자가 많은 추리소설을 좋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