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스포]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1부 - 공항 라운지 바의 법칙
테드와 릴리는 공항 라운지 바에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모르는 사이고 다시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한 테드는 자신의 아내 미란다가 집 시공업자 브래드와 바람을 피우고 있으며 그녀와 그 불륜상대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뜻밖에 릴리는 그 말에 동조하며 그의 살인을 돕겠다고 나선다.
"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게다가 당신 부인은 죽여 마땅한 사람 같은데요."
테드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릴리는 열세 살에 자신을 노렸던 소아성애자를 쓰지 않는 우물에 빠뜨려 죽인 적이 있었고, 대학을 졸업 한 뒤에는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남자친구에게 알레르기 쇼크를 일으켜서 죽게 만들었다.
2부 - 짓다 만 집
브래드는 강도살인으로 위장해 테드를 죽인다. 미란다가 선수를 친 것이다. 테드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킴볼 형사는 브래드를 향해 수사망을 좁혀오지만, 릴리는 이미 미란다와 브래드가 테드를 죽인 것임을 직감하고 이를 이용해서 역으로 미란다와 브래드를 죽이기로 한다.
어쩌면 나는 희생양을 다시 찾아 신나는지도 모른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나에게 살인은 오랫동안 긁지 않아 가려운 부위였다.
3부 - 시체를 잘 숨겨라
릴리는 브래드를 이용해서 미란다를 죽이고, 결국 브래드까지 죽였다. 브래드의 시체는 첫 살인에 사용했던 우물에 유기했다. 한편 킴볼 형사는 릴리가 뭔가 숨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그녀를 미행하기 시작하고, 위기감을 느낀 릴리는 킴볼 형사를 유인해 칼로 찌르지만, 킴볼 형사를 수상히 여겨 미행하던 다른 형사에게 들켜 곧 붙잡힌다.
그가 일주일 넘게 날 미행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를 몇 차례 목격하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고 할 것이다.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그가 바로 경찰이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변호는 완벽하다. 과연 릴리의 범죄는 밝혀질 것인가.
이야기의 방향 전환이 굉장하다. 1부에서 테드와 릴리가 미란다를 죽일 계획을 세울 때는 두 사람의 살인이나 그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다 했다. 근데 1부 끝에서 테드가 죽음. 1차 띠용. 2부에서 미란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아, 릴리와 미란다 두 사이코패스 여자의 대결인가 보다 했다. 근데 2부 끝에서 미란다가 죽음. 2차 띠용.
1부는 테드와 릴리, 2부는 미란다와 릴리, 3부는 형사 킴볼과 릴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니까 결국 이 책은 릴리의 이야기라는 것. 놀랍게도 그걸 꽤 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가 이미 훌륭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라는 것도 킴볼을 찌를 때에야 실감했다.
첫 살인이 워낙 당위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살인들이 죽여 마땅한 것이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소아성애자는 차치하고서라도 바람을 피웠다는 건 살인의 동기가 되기엔 절대적으로 빈약하다. 바람을 피운 게 죽을 죄인가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니라는 거지. 나에게 상처를 줬으니 죽인다? 이미 훌륭한 살인자의 마인드잖아. 첫 살인 전에 고양이를 죽인 것도 사이코패스라는 암시였을 것이다. 사이코패스 살인자들은 보통 소동물을 죽이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하니까.
처음에 테드는 그냥 미워하는 마음에서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망상을 한 것뿐이다. 배신을 당했으니 죽이고 싶다는 생각정도는 할 수 있잖아. 실제로 죽이는 건 다른 문제지만. 그렇지만 릴리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으로 테드에게 살인에 대한 구체적인 감정을 가지게 만든다. 비록 실행하기 전에 죽었지만.
언뜻 불쌍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들 결백한 사람이 없다. 소아성애자 쳇이나 브래드를 조종해서 살인을 하게 만든 미란다나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브래드는 물론이고, 테드도 학창 시절 자기를 망신 준 여자애에게 했던 짓을 생각해 보면, 그도 뭐 까딱했으면 바닥에 닿았을 범죄좌의 싹이다. 킴볼 형사도 이미 선을 넘었다. 신사적이고 차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이건 좀 이상한 거 아닌가…, 싶게 변해가는 게 생생하다. 형사의 직감이라는 이유로 개인시간을 내서 릴리를 미행하고 취미라는 명목으로 릴리에 관한 선정적인 시를 쓰고, 이미 엄연한 스토커다.
릴리는 결국 자신을 수상하게 여겨 미행하던 킴볼을 칼로 찌른다. 킴볼이 자신을 미행하는 게 독단적인 행동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지른 짓이지만, 킴볼이 릴리를 감시하는 게 스토킹에 가깝다고 여긴 다른 형사가 킴볼을 미행하고 있었기에 릴리는 결국 붙잡힌다. 그렇지만 자기 변호가 너무 그럴싸해서 결국 그 일로 인생이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말미에 릴리가 시신들을 유기한 그 우물이 있는 초원이 다른 사람에게 팔린다. 과연 릴리의 범죄는 드러나게 될까.
난 후회하지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내가 저지른 살인마다 이유가, 그것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 그녀에게 "덱스터" 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다. 릴리가 죽인 사람들은 실제로 무고한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까.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제로 죽을죄까지는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여하튼 사람은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참 쉽게 할 수 있는 법이다. 생각은 할 수 있잖아. 생각 정도는. 실제로 죽지 않을 것을 알기에 사람은 범죄자에 죽음에 관해 쉽게 생각하고 쉽게 말한다. 그런데 릴리는 그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주니까. 자기 기준으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실제로 죽인다.
요즘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성 사이코패스 이야기가 대세인가보다. 전개 빠르고 재밌었는데 좀 미묘한 부분이 있긴 하다. 얘네는 이 최첨단 시대에 간편한 휴대폰 녹음기능, 녹화기능 이런 거 안 쓰나, 그런 초특급 부자라는 사람이 현관에 씨씨티비도 없나 뭐 그런 거. 그리고 그놈에 섹스섹스섹스 섹스 얘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하여간 미국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