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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리뷰/스포] 착한 소녀의 거짓말 - T.J.엘리슨

by 서미도 2025. 4. 12.

한 학생이 교문에 목 매달려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소녀들은 매달린 시체를 보고 이름을 중얼거린다. 애쉬. 애쉬. 애쉬.


미국 버지니아 마치버그 작은 마을에 명문 여학교 "구드(Goode) 학교"가 있다. 소녀들은 명문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교육을 받으며, 상류층 여성에게 필요한 소양을 배운다.

 

영국 옥스퍼드에 살던 "애슐린 카"는 부모님의 비극적인 죽음을 계기로 구드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비극적인 스캔들이었던 집안의 과거사를 밝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애쉬 칼라일"로 이름도 바꿨다.

 

애쉬의 목표는 그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공부만 하다가 하버드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녀의 눈에 띄는 외모로는 남들의 주목을 피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180센티의 키,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지나치게 예쁜 얼굴. 같은 학년 친구들은 키 크고 예쁘고 똑똑하며 조금은 오만한 영국 전학생이 달갑지 않다.

 

애쉬가 전학 오자마자 애쉬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로 했던 그래슬리 교수가 심각한 견과류 알레르기로 인해 사망한다. 애쉬는 절대로 피아노를 배우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슬리 교수에게 견과류 초콜릿을 선물한 것은 애쉬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다. 그리고 애쉬는 그 사실을 함구한다. 

 

2학년, 심지어 전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학교의 여왕인 베카의 총애를 받게 된 애쉬는 동급생 사이에서 가장 선망받고 인기있는 왕따가 된다. 학교 내 비밀클럽의 입단식이 있던 밤, 애쉬의 괴롭힘을 주도하던 룸메이트 카밀이 종탑에서 떨어져 죽는다. 경찰은 카밀의 룸메이트인 애쉬에게 그날 밤의 알리바이를 묻지만,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밀클럽에 관해서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된다.

 

애쉬 부모의 비극적인 죽음. 애쉬가 전학 오자마자 사망한 피아노 선생, 말할 수 없는 밤에 자살한 애쉬의 룸메이트. 경찰은 애쉬를 수상하게 여기고 그녀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카밀을 죽인 것은 누구인가. 모든 진실이 밝혀진 뒤에 애쉬는 어떻게 될 것인가.


Good grils lie = 착한(구드) 소녀들이 거짓말을 한다.

구드의 소녀들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명예 규율은 유명무실하다. 모두 비밀을 끌어안고 거짓말을 한다. 신분을 속이고 전학 온 애쉬는 당연히 거짓말로 도배를 한 수준이고, 룸메이트 카밀은 애쉬의 컴퓨터를 해킹해서 그녀의 과거사를 캐내고 있었다. 그리고 종탑에서 떨어져 사망했을 때 카밀은 임신한 상태였다. 학교의 여왕인 베카는 동성애자고 애쉬를 괴롭히지만 사실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서른다섯의 포드 학장은 이제 스무 살짜리 학교 사환인 루미와 잠자는 사이다. 

 

"사립학교 아이들" 시절부터 하이틴 느낌의 소설은 유구하게 안 좋아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고립된 명문 기숙학교. 전설처럼 전해지는 학교의 불상사. 불합리한 규칙을 강요하는 비밀클럽. 소녀들 간의 질투와 증오와 사랑. 자애로운 선생님과 매력적인 학교 사환. 소설의 콘셉트가 분명하다. 소설 전반에 음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맘에 든다. 밝고 환한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미국 소설이라 애쉬가 베카랑도 하고 루미랑도 하고 뭐 여하튼 할 줄 알았는데, 미성년자라 그런지 안 함. 

 

내용을 요약하면 현대판 왕자와 거지였다. 

 

복선이 워낙 많고 거의 뭐 드러내놓고 알려주는 수준이라 이걸 반전이라고 해야 할지. 좋게 말하면 빌드업에 충실한 거고. 애쉬가 말하는 걸로 봐서 그녀가 과거에 그렇게 부유했던 것 같지 않은데, 애슐린의 과거 파트를 보면 그녀의 부모는 실제로 엄청나게 부자였다. 현재의 애쉬와 과거의 애슐린의 태도나 말투 등을 봐도 둘은 분명히 다른 사람이고, 중간중간 내레이션을 봐도 애쉬를 관찰하는 제삼자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작가가 애쉬와 애슐린이 다른 사람이었다는 걸 숨길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 같은데? 무엇보다 절반정도는 오디오북으로 듣고, 나머지 후반부는 활자로 읽었는데, 애쉬는 여성 성우, 애슐린의 내레이션은 남자 성우가 하다 보니 반전이 너무 뻔해져 버렸다. 둘이 다른 사람이라는 점은 반전의 요소조차 아니다.

 

이 소설의 최대 반전은 포드 학장과 학교 잡부인 루미가 찐사였다는 거야. 서로 이용하는 편한 관계인 줄 알았지. 학장은 불쌍한 남자애 도와준다는 느낌으로, 루미는 나이 많은 여자 가지고 논다는 느낌으로. 와 근데 결말에 둘이 결혼함.

 

결말이 안 놀라워서 소설이 별로였냐 하면 그건 아니다. 오랜만에 전개가 흥미롭고 결말이 궁금한 소설이었다. 진실이 완전히 공개되기 전까지가 재미있다. 결말이 기승전미친년이어서 좀 김 빠지긴 함. 애슐린 얘는 그렇게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해 놓고 갑자기 헤까닥 돌아서 사람 막 죽이고 학교에 불 지르고 결국 남(애쉬) 좋은 일만 했잖아. 

 

그녀가 그 모든 일을 저지르고도 법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하버드 대학에 말이다.

주인공 입장에서 보자면 활짝 열린 해피엔딩이다. 애쉬가 애슐린보다 훨씬 똑똑했고, 훨씬 더 몇 수 앞을 내다봤겠지. 결국은 뛰는 사이코패스 위에 나는 사이코패스가 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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