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하고 의식하면서 타인을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인간은 아무래도 꽤나 무섭게 느껴지지 않나?"
절해의 고도 "젖은 까마귀 깃 섬"에 다섯 명의 천재들이 모였다.
절대미각 요리사, 점쟁이 독심술사, 모든 화풍에 통달한 천재 화가 이부키 카나메와 그 간병인 사가키 신야, 세계 두뇌의 정점인 칠우인의 하나인 소노야마 아카네, 컴퓨터 괴물 쿠나기사.
그리고 쿠나기사의 보호자인 나, 이짱.
섬에서 맞는 4일째의 아침, 마치 밀실이나 다름없는 공간에서 천재화가 이부키 카나메가 머리 없는 시체로 발견된다. 왜 밀실이나 다름이 없냐 하면, 전날 밤 있었던 지진으로 쏟아진 물감의 강을 누구도 흔적 없이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섬의 주인인 이리야 아가씨는 무슨 이유에선지 경찰을 부를 생각이 없어서, 인류최강의 청부업자라 불리는 아이카와 준을 기다리기로 한다. 평소 이부키 카나메와 사이가 안 좋던 소노야마 아카네가 범인으로 지목되지만, 공권력의 개입 없이는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아이카와 준이 와서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소노야마 아카네를 감금하기로 한다.
그리고 5일째, 이번엔 닫힌 철창 속에서 소노야마 아카네가 머리 없는 시체로 발견된다.
Q1. 범인은 왜 이부키 카나메와 소노야마 아카네를 죽였을까.
Q2. 범인은 왜 피해자들의 머리를 가져갔을까.
니시오 이신 "헛소리꾼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다.
헛소리꾼인 나, 이짱이 화자이자 탐정인데, 헛소리꾼답게 말이 굉장히 많다. 굳이…? 싶은 쓸데없는 독백도 무척 많다.
판타지에 한 다리 걸치고 있는 시리즈라 설정 자체가 좀 말도 안 되는 게 많다. 있는 건 돈밖에 없는 부잣집 아가씨가 외딴섬에 천재들을 불러 모은다던가, 이짱이 추리를 마친 뒤에 폭풍처럼 나타나 진짜 전말을 알려주고 사라지는 아이카와 준이라던가.
여기서 중요한 건 '왜 목을 잘랐는가'인데, 목을 잘라낸 동기가 획기적이다. 무서웠음. 밀실 살인 방법 중에 제일 소름 돋는 트릭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공부도 잘하고, 물론 사람도 죽일 수 있고, 타인으로 바뀌는 것도 가능해. 그것을 사람들은… 천재라고 하는 거 아니었어?"
이짱이 추리를 끝내고 섬에서 나온 후에 아이카와 준이 밝히는 진짜 전말도 굉장히 놀랍다. 물론 실행 방법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지만. 말 그대로 판타지. 삽화가 무지 귀여워서 클로즈드 서클인데 그런 분위기는 별로 안 느껴짐. 표지도 그렇고 여러모로 라노벨이지만 현실성은 내던지고 트릭과 반전에 집중하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 스포 있음 ※
첫 번째 밀실 살인은 그냥 죽인 후에 물감을 흩뜨려 놓은 것뿐이다. 물감 통이 쓰러진 것은 지진과는 상관이 없었다. 인과관계를 오해하도록 조작한 것.
엄밀히 말하자면 시체는 머리가 아니라, 어깨 바로 위 목 부분부터 잘린 상태였다. 두 번째 밀실 살인에서 어깨를 평평하게 만든 시체를 받침대로 써서, 의자 > 벽에 기대놓은 시체를 밟고 이단 도약으로 높은 창문을 빠져나간 것.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 성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닫힌 철장을 통과해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누구냐 하면, 갇혀있던 소노야마 아카네 였음. 그러니까 두 번째 살인은 첫 번째 희생자의 시체를 재활용한 것이고, 소노야마 아카네는 이부키 카나메의 시체를 자기 시체인 양 조작한 것 뿐이다. 어차피 머리는 없고 과학 수사도 못 하니까.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이부키 카나메 한 사람밖에 안 죽은 거지. 공범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공범이 누구냐하면, 이부키 카나메의 간병인인 사가키 신야. 왜 이부키의 간병인이 소노야마 아카네를 도왔는가. 여기에 마지막 반전이 있다. 사실 진짜로 죽은 것은 이부키 카나메가 아니라 소노야마 아카네였다. 둘은 섬에 들어오기 전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고,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을지 재미 삼아 서로 바꾼 상태에서 이부키와 신야가 소노야마 아카네를 죽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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