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살 사립학교 교사인 준후는 자신의 제자인 다현과 불륜 관계이다. 애정하는 다현의 시체를 은파 호수에 유기하면서 준후는 생각한다.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
이야기는 준후가 다현의 시체를 발견한 25일 그날로 돌아간다.
준후가 학교에서 야근을 하고 있을 때 다현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나쁜 짓 하자.
두 사람은 교실에서 몸을 섞고, 준후는 다현의 안에 사정한다. 일을 치른 후, 복도에서 경비원 황권중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준후는 혼자 황급히 교실을 빠져나와 그를 상대한다. 황권중의 시선을 돌리고 다시 교실로 돌아와 보니 여전히 알몸상태인 다현이 교실 천장에 목매달려 죽어있다. 119에 신고하려던 순간 준후는 멈칫한다. 다현의 목에 찔린 상처, 목을 매달았는데 비어있던 발밑, 다현의 몸에 남아있을 자신의 정액. 다현과의 관계가 들통날 것을 우려한 준후는 다현의 시체를 가지고 나와 은파 호수에 가라앉힌다.
은파 경찰서 강치수 경위가 채다현 실종사건의 수사를 맡게 되고, 은파 호수에서 다현의 시체가 떠오르자 수사는 살인사건으로 전환된다. 강치수 경위는 김준후의 증언과 태도에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고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준후의 주변을 맴돌며 수사를 계속하면서 수사 도중 오랫동안 다현을 괴롭혀온 동급생 정은성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이런 상황에 준후는 교무실에서 협박 편지를 받는다.
당신이 채다현을 죽였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
궁금하다면 삼은호수 밤 11시.
준후는 경찰에 알리지 않고 메모에 쓰인 대로 삼은호수를 찾지만, 거기에 있는 것은 차 안에서 쓰러져있는 경비원 황권중. 차에서 지독한 가스 냄새를 맡은 준후는 황권중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대로 도망쳐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날, 은성의 어머니인 같은 학교 교사 최나희가 황권중 살인혐의로 체포된다.
그리고 경찰과의 면담을 하면서 준후는 자신의 아내 영주가 이미 다현과 몇 번이나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준후와 다현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던 준후의 아내 영주.
다현의 어머니가 저지른 사기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고 줄곧 다현을 증오해 온 동급생 은성.
과연 그날 밤, 다현을 죽인 것은 누구일까.
이 복수극은 누구를 향한 누구의 복수인가.
사실 프롤로그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소설이다. 준후가 다현을 유기하면서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 생각할 때 가장 놀랐음. 채다현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과 어떻게는 혐의를 벗어야 하는 준후의 시점이 왔다 갔다 하는데, 매끄럽게 잘 읽힌다.
강치수 경위 일 잘하네. 짧은 대화에서 모순점을 찾아내는 것도 그렇고 면담하는 거 보면 막 엄청난 천재나 초인은 아닌데 '평범한' 베테랑 형사 느낌이 난다. 와 천재네,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진짜 일 잘하는 형사. 비록 픽션이지만, 끝도 없이 씨씨티비 돌려보는 거나 기지국 통화 이력 다 뒤져보고 이런 거 보면 대한민국 경찰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수사 최고. 죄짓지 말고 살아야겠다. 혹시나 범죄에 연루되면 그냥 일찌감치 자수해야지.
강력한 반전을 홍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소설인데, 글쎄…. 추리력이나 눈치는 그다지 없는 편인데 아주 일찍 알아차렸다. 반전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고정관념이 만들어내는 반전인데, 이런 부분에는 편견이 없었던 모양. 개성적인 반전이긴 하다만 오히려 준후가 사체를 유기하면서 쓴 알리바이 트릭이 더 반전이라고 느꼈다. 이 알리바이 트릭이 이 소설을 추리 장르로 만들어주는 부분.
채다현 살인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준후는 살인혐의를 벗는다. 하지만 과실치사, 사체유기,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로 실형을 선고받는다. 고작 3년 6개월을. 이렇게 될 거 그냥 교실에서 다현을 발견했을 때 119를 불렀으면 형이 훨씬 가벼웠을 텐데 말이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준후가 점점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게 재미있다. 결말이 맘에 든다기보다는 현실적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백미였다.
그 냄새나는 차의 문을 닫을 때, 황권중이 살아 있었던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김준후는 길고 긴 복도를 웃으며 걸었다.
※사건의 진상에 대한 반전이 있음
다현은 남학생이었다. 칼로 자해를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자 대단히 힘이 많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것. 하지만 사실 준후가 다현의 시체를 발견했을 당시에 다현은 죽지 않은 상태였다. 준후가 물속에 넣어서 비로소 익사한 것. 고로 실제 살인자도 준후가 맞다.
아버지를 잃은 은성의 복수도, 남편을 빼앗긴 영주의 복수도 아니었다. 같은 미래를 봐주지 않는 준후를 향한 다현의 복수였다. 근데 고작 3년 6개월. 심지어 실제로 죽인 것도 김준후였으니 대단히 성공적인 복수는 아닌 것 같다.
근데 초반에 굳이 "작은 유두"라는 표현을 썼을 때부터 남자앤가 하는 생각을 했단 말이지. 절친이었다던 은성의 성별을 굳이 남자애라고 계속 지칭하는 거나, 은성이 그렇게 다현을 괴롭히고 돈까지 빼앗았는데도 성적으로는 괴롭혔다는 이야기가 없는 걸보고 그냥 자연스럽게 남학생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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